30대가 되니,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 결혼 소식을 전해올 때마다 나 역시 함께 살아갈 동반자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하지만 연애 경험조차 없는 내가 과연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결혼까지 가능할까?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말을 떠올리며 이 책을 집어 들었다.
1.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버린 주인공 오은수
이야기의 주인공 오은수는 서른한 살의 미혼 직장인이다.
전 남자친구(일명 고릴라)와 절친 재인이 결혼을 앞두면서, 오은수의 마음속 외로움은 더욱 커진다.
그러던 어느 날,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태오와 하룻밤을 보내고 연애로 이어지게 된다.
마치 여릇 모든 사람들의 평범한 30대 인생을 대변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결혼을 하고나서 외로움 같은 것들이 해소가 될까?
이에 대한 답들이 뒷 줄거리에서 나온다.
2.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부족한 연하남 태오
연애 경험이 많아 보이고, 장미 한 송이나 햄버거 한 줄 같은 소소한 이벤트로 오은수를 설레게 만든다.
데이트 후 잠자리까지 만족스럽게 이어지는 모습은 마치 이상적인 남자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태오는 태오는 수도권 공대를 자퇴했고, 영화 일을 하며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다.
오은수 또한 IMF 여파 속에서 원하는 직장을 얻지 못하고 중소 편집대행사에 다니며 살아간다.
“내가 원하는 건 결정적인 변화인 것 같아. 스무 살에도 하던 연애,
서른두 살에도 똑같이 하고 있는 거 생각하면 섬뜩하다
<달콤한 나의 도시> 중
나 역시 아직도 풋풋한 사랑을 기대하지만,
현실은 신분 상승이나 안정감을 좇는 쪽에 가까운 건 아닐까?
현실 자각이 확 밀려오며, 책을 잠시 멈췄다.
3. 달콤함과 씁쓸함 사이, 현실과 타협
이후 오은수는 능력 있는 맞선남 김영수에게 결혼 고백을 한다.
하지만 그의 삶 역시 이상적이지만은 않다.
가정에선 어머니의 가출, 친구의 파혼 소식(결혼 전부터 의사 남편과의 갈등) 등 결혼의 어두운 현실이 드러난다.
오은수는 김영수와의 결혼은 실패하고, 부모님은 별거를 합의한다.
그리고 태오는 힘들 땐 일하는 곳으로 오라고 했고, 그 말을 따라 그를 찾는다.
마침내 저쪽에서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태오를 발견했다.
저 아이가 저렇게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을 지을 줄 안다는 걸 몰랐다.
그새 머리칼이 많이 자랐고 살이 약간 붙은 것도 같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정말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을까……
<달콤한 나의 도시> 중
태오와의 만남이 당장 오은수에게 큰 변화를 주진 않지만,
젊은 태오가 언젠가 큰 성공으로 이룰수도 있지 않을까?
✍️ 리뷰를 마치며
대입, 취업, 결혼은 인생의 큰 선택이라 불린다.
좋은 대학과 직장은 어느 정도 미래를 보장하지만, 결혼은 그만큼 확신이 들지 않는다.
좋은 직장에 다니면 괜찮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친구 재인의 파혼 이야기를 들으면 과연 행복한 결혼이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
이런 고민들이 머리를 아프게 만든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결혼과 출산을 망설이는 건 아닐까 싶다.